한국 관광지를 바라보는 기준이 조용히 재편되고 있다. 더 이상 ‘사람이 많이 가는 곳’이 유명 관광지를 뜻하지 않는다. 여행자가 남기는 감정과 경험이 실제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공개된 ‘한국 관광지 500’은 바로 이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프로젝트였다.
야놀자리서치가 미국 퍼듀대학교 CHRIBA 연구소, 경희대 H&T 애널리틱스 센터와 함께 진행한 이번 연구는 국내 관광지 약 1만7000곳의 소셜 반응을 분석해 500곳의 대표 관광지를 선정했다. 단순히 방문자 수를 세던 방식에서 벗어나, 여행자의 감정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평가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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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이유까지 기록되는 시대… 한국 최초 ‘여행 감성 데이터’ 기반 평가

이번 조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기존의 정량적 지표를 넘어, 실제 여행자가 남긴 콘텐츠와 감정 표현을 기반으로 매력을 평가했다는 점이다. 유튜브·인스타그램·블로그 등에서 수집한 1년치 데이터를 통해 언급량(얼마나 이야기되는가), 긍정 감성 비율(얼마나 좋아하는가)을 동일 비중으로 반영했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관광지가 유명하다고 해서 모두가 만족하는 건 아니다”라며 기존 평가 방식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인기 쏠림은 점점 더 심해지고, 여행자의 만족도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 감성 기반 모델은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광안리·해운대, 여행자의 마음을 가장 많이 사로잡은 1·2위

한국관광지 500의 정점에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름이 올랐다. 1위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2위는 해운대해수욕장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지역 인기라기보다, 해양 도시 부산 특유의 도심·바다·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경험 구조가 여행자에게 강하게 긍정적으로 인식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뒤이어 롯데월드, 에버랜드, 경복궁이 상위권을 차지해 한국을 대표하는 테마·문화 관광지의 저력을 다시 확인했다.
전체 500곳을 유형별로 보면 자연경관형이 40%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역사문화형(36%), 엔터테인먼트형(24%)이 이었다. 최근 국내 여행자가 자연 속에서 ‘머무르는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지역별 경향도 뚜렷했다.
• 서울은 역사·문화 콘텐츠 기반 관광지의 비중이 압도적이었고
• 부산은 바다와 도시 경험을 모두 갖춘 복합형 명소들이 강세를 보였다
• 제주는 자연경관형 비율이 80% 이상을 차지하며 지역적 특징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냈다
• 경기·인천은 해양·도심 자원이 조화를 이루는 구조가 눈에 띄었다
한국 관광지 ‘양 증가’보다 중요한 것

이번 세미나에서는 단순히 관광지 500개를 나열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바로 허브-스포크(Hub-Spoke) 전략이다.
허브 도시는 주요 교통·문화 시설을 갖춘 중심지역을 의미하며, 스포크 도시는 이 허브와 연결돼 이동 동선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 연구 결과, 한국의 관광 네트워크는 서울·경기권, 경상권, 전라권, 동북권 등 네 방향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보였다.
서울은 춘천·인천과 강하게 연결되는 중심축이었고, 부산은 경주·울산·창원·거제·통영 등과 연계돼 동남권에서 힘 있는 허브 역할을 했다. 반면 전라권과 동북권은 네트워크 중심축이 약한 구조로 나타나 개선 여지가 드러났다.
경희대 최규완 교수는 “외국인 관광객이 수도권에만 몰리는 현상을 해결하려면, 허브 도시에 머물다 인근 스포크 도시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흐름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숫자가 아니라 이야기로 평가하는 시대… 한국 관광의 재정렬

놀유니버스 배보찬 대표는 이번 결과가 갖는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숫자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여행자 한 명 한 명의 경험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작업이었다.”
실제로 이번 관광지 500은 단순 인기 순위가 아니라, 여행자가 남긴 사진·댓글·리뷰·영상 같은 ‘감정의 기록’이 수치화되어 만들어진 결과다. 여행지의 경쟁력은 방문객 수가 아니라 그곳을 다녀온 사람이 얼마나 즐겁고 좋은 기억을 안고 돌아왔는가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국 관광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였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마음이 움직였는가다.
자주 묻는 질문(FAQ)
Q1. ‘한국관광지 500’은 매년 업데이트되나요?
현재는 1년 치 소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되었기 때문에 정기적인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야놀자리서치 측은 향후 관광 흐름 변화, 계절적 변수, 신규 여행지 데이터를 반영해 주기적 개편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Q2. 관광지 선정 기준에서 ‘감성 데이터’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단순 방문객 수만으로는 여행자의 만족도를 알 수 없다. 이번 모델에서는 유튜브·인스타그램·블로그 등에서 남긴 실제 리뷰·댓글·영상 속 감정을 분석해 긍정 비율을 평가지표의 절반(50%)으로 반영했다. 즉, “얼마나 많이 찾았는가”보다 “얼마나 좋았다고 말했는가”가 더 중요해진 셈이다.
Q3. 지역별 순위가 관광 정책에 실제 영향을 미치나요?
가능성이 높다. 정부·지자체는 관광지 활성화 예산을 배분할 때 방문객 흐름과 만족도 데이터를 참고한다. 이번처럼 감성 기반 순위가 발표되면, 각 지자체는 자신들의 강점이 무엇인지 비교하고, 부족한 부분은 개선하는 전략적 근거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허브-스포크 전략 구축에도 직접적인 참고 자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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