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이번 주말엔 꼭 어딘가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바다도 좋고, 산도 좋고, 사람이 너무 붐비지 않으면서도 아이가 좋아할 만한 곳이면 더 좋겠다는 생각. 그렇게 떠오른 곳이 바로 거제 숲소리공원이었어요. 사실 이 공원은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걸어서 오르기에는 꽤 체력 소모가 있다는 말에 미루고 미루다 결국 아직 가보지 못했던 곳이었죠.
그러던 중, 숲소리공원에 ‘모노레일’이 설치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걸어 올라가야 했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설렘이 생겼습니다. 특히 아이와 함께라면 그 차이는 더 크죠. 여행의 첫걸음을 걱정이 아닌 기대감으로 시작하게 만드는 건 참 중요한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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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자연의 숨소리를 따라가는 모노레일 탑승

날씨가 맑고 구름이 둥둥 떠 있던 어느 여름 오후, 우리는 모노레일을 타기 위해 현장 발권소를 찾았습니다. 인터넷 예약을 하지 못해 바로 탑승할 수는 없었고, 대기 시간은 약 2시간 반. 가장 빠른 시간이 오후 4시 45분이더라고요. 잠시 고민은 했지만, 오히려 여유 있는 시간이 생긴 셈이었어요.
근처 카페에서 음료 한 잔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아이와 공원 앞 잔디에서 간단히 놀기도 했죠. 그렇게 기다림조차 즐거웠던 이유는, 모노레일 탑승 자체가 하나의 목적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시간이 되어 빨간색의 둥글둥글한 모노레일 차량에 올라탔습니다. 내부는 깔끔했고 탑승 인원은 16명. 속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 기차나 놀이기구보다 훨씬 느렸지만, 그 ‘느림’이 이 공원과 너무 잘 어울렸어요.
창밖으로 펼쳐진 초록 숲, 나무 사이사이 들리는 새소리, 멀리서 은은히 들려오는 물소리까지. 아이는 창밖을 향해 연신 손을 흔들고, 저는 마치 누군가의 품에 안긴 듯한 안락함을 느끼며 오랜만에 심호흡을 했습니다.
거제 한복판에서 만난 양떼목장, 도시 속 목가적인 체험

모노레일이 천천히 오르다 도착한 곳은 바로 양떼목장. 처음엔 ‘정말 양을 가까이서 볼 수 있을까?’ 하는 의심도 살짝 들었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 정말 순한 눈망울의 양들이 울타리 너머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어요.
모노레일 유료 탑승권 2매당 양 먹이 쿠폰 1매가 제공되니, 아이가 체험하기에도 아주 좋습니다. 키오스크에서 별도 구매도 가능해 부담 없이 추가 체험도 할 수 있어요.
아이 손에 들린 먹이를 향해 바삐 움직이는 양들의 움직임, 뾰족한 입으로 풀을 받아 먹는 모습, 그리고 그 단단한 머리로 아이 손을 툭툭 치는 장난기 가득한 양까지. 정적인 자연과 동물의 생동감이 맞닿아 있는 이 공간은,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소중한 경험으로 남을 겁니다.
양들이 울타리를 넘어 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 “물거나 해치지 않아요. 사랑해주세요.”라는 문구가 울타리에 걸려 있었죠. 그 문구 하나가 참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모노레일 대신 선택한 걷기, 초록 속을 천천히 걸어내리다

모노레일 탑승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우리는 내려가는 길을 모노레일 대신 도보로 선택했습니다.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가장 현명한 결정이었습니다. 오히려 편안하게 올라갔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여유도 있었고, 천천히 내려오며 보는 숲의 풍경은 또 다른 감동을 안겨줬거든요.
산길에는 나무향이 가득했고, 땅에 바짝 붙은 풀 냄새는 흙과 섞여 어릴 적 시골에서 뛰놀던 기억을 소환해줬어요. 아이는 풀잎 하나를 잡고 살랑살랑 흔들고, 저는 바람결에 실린 자연의 소리를 오랜만에 또렷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려오는 동안 수십 번 사진을 찍었어요. 자연이 배경이 되어주는 사진은 필터가 필요 없더라고요. 아이도 즐겁고, 저도 힐링되고, 무엇보다 오랜만에 “느린 시간”을 온전히 누린 기분이었어요.
도토리 놀이터부터 미끄럼틀까지, 아이를 위한 놀이터 천국

내려오는 길엔 ‘도토리 놀이터’가 나타났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아이의 흥미를 자극하죠. 도토리 모양으로 지어진 독특한 놀이 구조물은 아이들에게 사진 찍기 좋은 스팟이자, 뛰놀기 딱 좋은 공간이었어요.
그 외에도 미끄럼틀, 나무 그네, 쉼터, 그리고 동물 모양으로 꾸며진 작은 조형물들까지… 어디 하나 허투루 만든 곳이 없었고, 전체적으로 아이 중심의 설계가 돋보였습니다.
특히 도토리 놀이터 아래쪽에 위치한 양 모양의 낮은 미끄럼틀은 미취학 아동에게도 딱 맞는 크기라, 더 어린 아이가 있는 가족에게도 안심이었어요.
여행자가 알아두면 좋은 숲소리공원 이용 정보

- 위치: 경남 거제시 거제면 숲소리공원길
- 모노레일 운행 시간:
- 하절기: 오전 9:30 ~ 오후 6:00 (점심시간 12:00~12:45 제외)
- 동절기: 오전 9:30 ~ 오후 5:00
- 휴무: 매주 월요일, 설날·추석 당일
- 요금 정보:
- 대인(13세 이상): 6,000원 / 단체 5,000원
- 소인(7세~12세): 5,000원 / 단체 4,000원
- 7세 미만 무료
- 거제시민, 국가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 등 감면 대상 있음 (신분증 지참 필수)
- 모노레일 유료 탑승권 2매당 양 먹이 쿠폰 1매 지급
- 예약 방법:
- 거제시청 또는 숲소리공원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매 가능
- 현장 발권 가능하나 대기 시간 발생 가능성 있음
아이와 함께한 여행, 그 마지막에 남는 건 ‘느림의 여운’

거제 숲소리공원에서 보낸 하루는 빠르지도,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특별했습니다. 도시의 속도를 잠시 내려놓고, 자연과 동물과 아이와 함께 한 걸음씩 걷는 이 여정은 지금도 사진첩을 넘길 때마다 미소 짓게 해주는 기억이 되었어요.
여행은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에게는 작은 풀잎 하나가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것이 될 수 있고, 부모에게는 그 아이의 뒷모습 하나가 하루의 위로가 될 수 있으니까요.
올여름, 아이와 함께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면 거제 숲소리공원 모노레일을 꼭 리스트에 올려보세요. 그 한가운데, 초록빛의 쉼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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